[쿠니사키] 절에는 오니(일본의 도깨비)가 있다.
도깨비는 보통 공포의 대상이지만, [쿠니사키]의 도깨비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존재이다.슈죠오니에의 밤, 함께 웃고 춤추고 술잔을 주고 받다.
[쿠니사키]에서는 사람들과 오니가 오랜 친구처럼 연을 맺어 왔다.
[쿠니사키]의 기이한 바위굴에 살았던 오니들
야마토타케루의 아버지 게이코천황은 쿠마소(옛날 사츠마, 오미야, 히나다 지역에 살던 부족)를 정벌하기 위해 스오나다 바다를 건너다가 큐슈 동쪽으로 뻗어있는 쿠니사키를 발견했다. 세토내해를 건너는 야마토 사람들에게 [쿠니사키]는 다른 세상과의 경계이며, [세상의 끝]의 상징이었다. 첩첩이 쌓인 기괴한 산괴는 안개와 축축하고 독한 기운이 자욱하여, 어딘가 으스스하고 오니다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이 [쿠니사키]에는 실제로오니가 살았다. [쿠니사키]는 원형의 반도로, 바위 봉우리들이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는데 곳곳에서 뻥 뚫린 동굴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것도 도저히 인간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에 . 그곳에 엄청난 힘을 가진 무서운 오니가 살았다. 옛 [쿠니사키]는 오니들이 사는 다른 세계 [다이마쇼]였다. [쿠니사키]에는 완력으로 큰 바위를 깨뜨려 깨진 돌을 쌓아 하루 아침에 돌계단을 만드는 등, 오니에게 관한 전설이 많이 남아 있다.
[쿠니사키]의 사람들과 오니는 오랜 친구
[쿠니사키]에는 오니를 만날 수 있는 밤이 있다. [쿠니사키] 최대 법회 [슈죠오니에]가 그 날이다. 오니들이 횃불을 들고 날는 가운데 여기저기로 불똥이 튀고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다. 옷이나 머리에 불이 붙어 잠깐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횃불로 엉덩이를 맞는 '오카지'도 모지락스럽지만, 사찰 강당에서는 비명보다 웃음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자신에게 불똥이 튀면 오곡풍양과 무병무탈 등 행복한 일이 가득하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쿠니사키]의 오니는 일반적인 오니들과는 달리 법력을 사용해 재난을 막아주는 이로운 오니로 사람들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오니를 위한 공양으로 "카자리모치", "오카가미"등의 떡 종류가 많다. 긴 불교 의식 중에는 고추가 들어간 '오니노메자마시(오니 잠 깨우기)'가 승려들에게 내어지고, 마지막에는 커다랗고 둥근 떡 '오니노메(오니눈)'를 길조로 돌리며 사람들은 복을 나눈다. 또 매년 슈죠오니에를 통해 "오니의 복"이라고 불러도 좋을 [쿠니사키]의 풍요로운 산물도 보장받는다. 이와토지, 죠부츠지에서는 강당 행사가 끝나면오니들이 마을로 대거 몰려 나오는데, 사람들은 이 오니들을 집으로 불러 술잔을 주고 받는다. [모르는 부처보다 익숙한 오니]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사람들은 일년에 단 한 번 오니와 이야기할 수 있는 이날 밤을 손꼽아 기다린다. 절분과 같이 오니로부터 복을 받는 축제나 오니가 장난꾸러기 어린이를 꾸중하여 착한 아이로 만드는 풍습은 전국 각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쿠니사키]의 오니는 행복을 불러다 주는 듬직한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다.
오니에게 기도하는 [쿠니사키]의 승려들
오니와 사람이 깊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승려들의 역할이 컸다. 오니는 예로 부터 신비한 법력을 지닌 존재로 승려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고대 불교 승려들은 오니를 찾기 위해 [쿠니사키]의 바위 봉우리에 기어 올라 오니가 산다는 동굴을 깎아 '이와야'라는 수행장으로 만들고, 이와야를 순회하는 '미네이리'를 창시했다. 사당이나 절이 없어도 영험한 바위굴 앞에서면 신불에게 자연스럽게 손을 모으는 불교 문화. 그 문화가 [쿠니사키]에서는 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이와야의 대부분은 '오쿠노인'이라 불리며 지금도 각 사원의 믿음의 뿌리로 여겨지고 있다. [쿠니사키]의 여섯 마을에 최대 65곳의 사찰이 생겼고, [로쿠고만잔]이라고 불리는 부처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로쿠고만잔의 대부분의 절에서는 오니 가면을 만들어 승려가 그 가면을 쓰고 오니를 연기하며 국가 안태와 기우제 등 다양한 소망을 이뤄왔다. 이것을 시작으로 [쿠니사키]에는 오니에게 기도하는 문화가 꽃을 피웠고, 현재 슈죠오니에를 행하지 않는 절에서도 오니 가면 공양은 슈죠오니에 시행 날짜에 맞춰 계승하고 있다. 오니 가면의 표정은 변화 무쌍하고 험악한 것 만은 아니다. 오니 가면을 가만히 바라보면 때론 웃는 것 처럼, 때론 으스대는 것 처럼 보인다. 어쩌면 오니 주제에 눈물을 글썽이며 그리운 고향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쿠니사키] 오니와 부동명왕
헤이안 시대, 밀교(대승불교의 한 교파) 문화가 [쿠니사키]에 들어오면서 [쿠니사키 오니]는 [부동명왕]와 연관지어지게 되었다. [쿠니사키 오니]와 부동명왕는 닮은 점이 많다. 오니가 항상 지니고 있는 검은 부동명왕의 보검과 비슷하고, 번뇌를 태워버리는 부동명왕의 불꽃과 후광은 재앙을 쫓는 오니의 횃불과 일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쿠니사키]의 부동명왕의 상당수가 옛날에 오니가 살았다던 불가사의한 기운이 가득한 이와야, [오쿠노인]에 모셔져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부동명왕는 심각하고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쿠니사키] 오니들은 온화한 얼굴로 다정한 표정을 짓는 상이 많다. 마키오도나 무도지 등 헤이안 시대의 부드럽게 표현하는 방식을 이용한 목조 부동명왕들, 석조의 쿠마노마애불이나 카와나카후도의 표정도 온후하여 그 앞에 서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쵸안지의 타로텐 신상은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내부에 범자가 쓰여있는 것에서 부동명왕가 신으로 변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부동명왕를 부드럽고 온화한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은 '신'과 '부처' 두가지 의미를 지녔음을 나타내며, 더불어 로쿠고만잔의 뛰어난 지혜도 엿볼 수 있고, 다양한 부동명왕의 모습을 통해 오니를 기념하는 문화가 [쿠니사키] 얼마나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쿠니사키에서는 무서운 오니도 부처님 처럼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 준다.
오니를 동경하고, 오니와 만나며, 오니에게 기도하고, 오니와 웃는다.
독특한 문화가 남아있는 [쿠니사키]에서 당신도 오니와 친구가 되어 보는 건 어때요?